[HEI:스케치]'밤의 해변에서 혼자', 영화 같은 불륜을 본 관객 전 상서

입력 2017-03-17 07:00  


[ 오정민 기자 ] 영화 같은 불륜의 주인공들이 그려낸 사랑에 관한 이야기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오는 23일 개봉한다.

홍상수 감독이 불륜 관계를 맺은 배우 김민희를 주연으로 한 19번째 장편영화다. 홍 감독의 전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작업하면서 가까워진 두 사람이 유부남 감독과 불륜을 저지른 여배우의 번민을 소재로 한 차기작을 내놔 화제가 됐다.

영화는 '혼자'인 김민희에게 방점이 찍힌 영화다. 영화 속 영희(김민희 분)는 유부남 감독인 상원 (문성근 분)을 사랑했으나 여러 문제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그를 떠난 상태다.

영희가 독일 함부르크와 한국 강릉에서 지인들을 만나며 본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을 영화는 각각 1부와 2부로 나눠 구성했다.

홍 감독은 드물게 여주인공인 영희의 뒤를 쫓아 일상을 관찰하고, 사랑과 삶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 같은 불륜을 알고 있는 관객은 이미 현실과 영화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홍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둔 듯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사랑과 삶에 대한 특유의 선문답 같은 대사를 쏟아낸다.

영화 속에서 지식인층 남성의 미성숙한 지질함, 비루한 민낯을 펼쳐놓는 감독은 관객도 안줏감으로 삼는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흐트러진 관객에게 영희 지인들의 대사를 통해 개인의 잣대를 들이대는 관음증적 관심이 정당한지 에둘러 묻는다.

이와 함께 영희의 외모와 재능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과도한 칭찬의 부자연스러움은 김민희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메워준다.

김민희는 전작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작은 새가 지저귀듯 노래를 읊조리는 영희의 천진한 매력은 작위적인 상황도 넘어가게 한다. 김민희는 영희 역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세계 3대 국제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국내 3번째 배우가 됐다.

홍 감독의 '고백적 자아'로 일컬어지는 남성 등장인물들은 이번에도 커피나 술을 매개로 여성에게 치근덕댄다.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쥔 영희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살기로 했다"며 소주를 벗삼아 "남자들은 다 병신 같다"고 일갈한다. 홍 감독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상원에게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다들 지루해 한다. 한풀이라도 하려 그러냐"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홍상수 월드'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 속 기혼 여성을 다루는 시선에 대해선 불편함을 지울 수 없다. 욕구에 솔직하지 못하고 소극적이거나(지영) 혹은 '매력적인' 영희를 칭찬하거나 부러워하는(지영·준희) 인물들은 '재능 있고 매력적인 여성'인 영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소재나 대사 등에 비춰 자전적인 영화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이에 홍 감독은 "아니지만 오해해도 상관은 없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답했다.

홍 감독은 "디테일(세부사항) 때문에 오해할 수는 있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끝까지 자전적인 작업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오해할 수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상관은 없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영화 말미에 김민희는 전작에서와 같이 홀로 표표히 걸어나간다. 해석은 그의 등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달려 있다. '홍상수 월드' 속의 두 사람 역시 관객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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